“소풍도 못 가는 학교” 현실화…교사 면책 강화 추진에 교육계 ‘환영 속 근본 대책 요구’

학교 현장체험학습이 안전사고에 따른 법적 책임 부담으로 급격히 위축되자, 이재명 대통령이 교사 보호 제도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교육부가 교사 면책 강화 방안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현장체험학습 정상화를 위한 의미 있는 조치로 평가하면서도, 단순 면책 확대를 넘어 구조적 안전 지원 체계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말 국무회의와 참모회의 등에서 학교 현장체험학습이 사실상 축소·기피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구더기가 무섭다고 장을 담그지 않을 수는 없다”는 취지로 교육 활동 자체가 사라지는 상황을 비판했다. 대통령은 체험학습이 학생들의 사회성·협동심·현장 경험을 키우는 중요한 교육 과정임에도, 일부 사고 발생 시 교사 개인에게 형사·민사 책임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행 구조가 현장을 지나치게 위축시키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와 관계 부처에 법·제도 개선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번 논의의 직접적 배경은 2022년 강원 속초의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학생 사망 사고다. 당시 인솔 교사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처벌 대상이 되면서 전국 교원사회에 큰 충격이 퍼졌다. 이후 현장체험학습은 ‘교육활동’보다 ‘법적 리스크’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많은 학교가 수학여행·소풍·숙박형 체험학습을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특히 교사들은 학생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도 인력·예산·행정지원은 충분하지 않은 현실에서 모든 법적 부담까지 떠안는 구조에 강한 불안을 호소해왔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안전법 일부 개정으로 일정 부분 교원 보호 장치가 마련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안감이 크다. 이에 교육부는 교사가 안전수칙 준수, 사전 계획 수립, 위험 예방 조치를 충실히 이행했을 경우 사고 발생 시 형사책임을 제한하거나 면책 범위를 확대하는 추가 법령 정비를 검토 중이다. 아울러 교육청 차원의 소송 지원, 안전 보조인력 확대, 행정업무 경감, 보험체계 개선, 체험학습 운영 매뉴얼 현실화 등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교원단체들은 대체로 환영 입장을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교사 보호 장치가 강화돼야 교육활동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단순히 사고 후 책임 경감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보조 인솔 인력 확충 ▲전문 안전요원 배치 ▲학교별 안전 예산 확대 ▲교사 대상 법률 지원 시스템 구축 ▲국가 책임 강화가 함께 추진돼야 실질적 변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학부모 사회 역시 체험학습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안전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교사 면책 강화가 학생 안전보다 책임 회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교육계는 면책 강화의 핵심은 ‘무조건적 책임 면제’가 아니라, 교사가 정당한 교육활동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한 사고까지 개인적으로 처벌받는 구조를 바로잡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현장체험학습 위축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학생 교육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교실 중심 교육만으로는 제공하기 어려운 사회 경험, 문화 체험, 공동체 활동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학교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수학여행이나 외부 체험 프로그램이 대폭 줄어 학생·학부모 불만이 커져왔다.


정부는 5월 중 종합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향후 학교안전법 추가 개정 여부와 현장 적용 방식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대책은 단순한 교사 보호를 넘어, 교육 현장의 위축을 해소하고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번 논의는 ‘교사 책임 완화’와 ‘학생 안전 확보’라는 두 과제를 어떻게 균형 있게 제도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교육 현장은 체험학습이 다시 정상화되기 위해선 처벌 중심 구조에서 예방·지원 중심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내놓을 후속 대책이 교육 정상화의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